“해외 진출이요? 작년부터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공부하랴 운동하랴 힘든 한해였는데 오히려 성적은 좋아졌어요. 훈련 량은 줄었지만 생활이 계획적으로 바뀌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아직 3학기라서 당분간 해외 진출 계획은 없을 겁니다.”
새 시즌을 앞둔 프로데뷔 6년차 이정민(23·비씨카드)의 말이다. 해외 진출 계획을 묻자 학업이 먼저란다. 올해 목표는 운동과 공부, 두 토끼 사냥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을 앞두고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할 시기다. 하지만 이정민의 눈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지난해 24개 대회에 출전해 14차례 ‘톱10’에 진입했고, 그 중 10차례는 ‘톱5’에 들며 2승을 달성했다.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나름 성공적인 한해였다. 특히 시즌 중반부터 되찾은 자신감은 올 시즌 이정민에게 가장 큰 무기다.
하지만 극복해야할 것이 있다. 시즌 초반 스타트가 느리다는 점이다. 지난해 4~5월 사이 출전한 6개 대회에서도 세 차례나 컷오프를 당했다.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7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결국 올 시즌도 4~5월이 관건이다. 사실 시즌 초반 슬로스타트(시즌 중반부터 제 기량이 나타나는 현상)는 이정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겨우내 더운 곳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만큼 국내 기후나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민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쌀쌀한 날씨 탓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정리가 덜 됐던 게 가장 큰 원인이죠. 구질도 페이드라서 코스 모양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것도 있어요. 왼쪽 도그레그 홀이 많은 코스에선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게 사실입니다. 대회 때마다 성적에 기복이 심했던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라며 지난 시즌 초반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그렇다 해도 이정민의 프로 성적은 불만족에 가깝다. 국가대표를 거쳐 2010년 KLPGA 정규투어 데뷔 때만 해도 ‘슈퍼루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데뷔 첫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당시 기억은 지우고 싶은 과거다. “준비가 덜 됐던 시기였죠. 아무 것도 모르는 신인 선수가 얼떨결에 덜컥 우승한 기분이었으니까요. 이후엔 몸도 좋지 않아 슬럼프가 오래갔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많은 걸 배웠죠.”
드라이버샷 비거리와 정교한 아이언샷, 그리고 쇼트게임까지 고루 갖춘 팔방미인 이정민에게 올 시즌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김효주(20·롯데), 장하나(23·비씨카드), 김세영(22·미래에셋) 등 톱랭커들이 대거 해외 무대로 진출, 롤러코스터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혹평을 깨고 진정한 1인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겨울 전지훈련도 어느 때보다 충실했다. 그 자신감이 지금 이정민의 눈 속에서 흘러넘친다.
◇이정민은?
▪생년월일 : 1992년 1월 14일 ▪신장 : 173㎝ ▪출신교 : 고려대학교(대학원 재학 중) ▪혈액형 : AB ▪KLPGA 정규투어 데뷔 : 2010년 ▪메인스폰서 : 비씨카드 ▪의류스폰서 : 휠라 ▪KLPGA투어 통산 우승 : 4회 ▪특기 : 아이언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