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내몰리고 있다.
영국이 AIIB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당초 불참하기로 했던 호주가 입장을 선회하고 프랑스도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영국이 AIIB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며 “뉴질랜드와 인도, 싱가포르도 이미 참가할 의향이다. 이에 우리도 이 건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 주 쯤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성격으로 자본금은 500억 달러(약 56조12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MOU 체결식에는 인도와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21개국이 참가했다. 이후 영국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회원국은 28개국으로 늘어난 상태다.
미국은 ADB의 위상이 약화하는 등 자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동맹국에 참가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으나 핵심 동맹국인 영국이 지난주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참여를 선언하면서 체면을 구긴 상태다.
중국은 AIIB 이외에 브릭스(BRICS)가 중심이 된 신개발은행(NDB), 중앙아시아 경제지원을 위한 실크로드 기금 등 자국이 중심이 된 새 금융질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가운데 이달 말까지가 기한인 창설 멤버에 속하지 않으면 이후 가입하더라도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도 AIIB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전날 FT에 기고한 글에서 “투명성이나 반부패에 대한 기준이 후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는 정당하지만 표현 방식은 잘못 됐다”며 “밖에서 투덜대는 것보다 참가해 AIIB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도 “미국이 AIIB에 참여하면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내부 비판자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케히코 나카오 ADB 총재는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개발 관련 지식 등 실무 차원에서 중국의 질문에 답하는 등 AIIB와의 협력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AIIB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등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