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세무조사 이미 했으면 항목 바꿔도 다시 세무조사 못한다" 첫 판결
과세관청이 기업에 대해 이미 세무조사를 했다면, 과세항목을 바꾸더라도 같은 기간에 다시 세무조사를 할 수 없다는 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조사 금지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과세관청이 항목을 바꿔 사실상 재조사를 해오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세라젬이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낸 '세무조사결정 행정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세목과 과세기간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조세공편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세무공무원이 특정 과세 기간에 대해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한 경우는 물론, 그 과세기간의 특정 항목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한 경우에도 재조사는 금지된다"며 "세무 공무원이 당초 세무조사를 한 특정항목을 제외한 다른 항목에 대해서만 다시 세무조사를 한다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세라젬은 2011년 7월 6일 서울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 통지를 받았다. 2006년 1월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법인세에 관한 부분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세라젬은 기 계획대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2012년 3월 서울국세청은 이번에는 '법인제세 통합조사'를 하겠다며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의 세무조사 결정처분을 내렸다.
세라젬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의 세무조사는 이미 이뤄졌는데, 세무조사를 다시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세무조사 과정에는 납세자 권리침해가 수반되므로, 가급적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국세청의 조사를 금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서울국세청의 2차 세무조사는 조사대상이 실질적으로 서로 다르므로, 중복조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