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MBC 드라마 ‘애드버킷’으로 데뷔한 김상경은 영화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등에 출연했다. 특히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생활의 발견’ 이후 ‘극장전’, ‘하하하’ 등 홍상수 감독과 세 번이나 호흡을 맞췄다. 실제 주변 삶과 가까운 인물을 그려낸 김상경은 ‘홍상수의 페르소나’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홍상수 감독님과 싸운 적 있다”고 운을 뗐다.
“영화 ‘생활의 발견’ 촬영을 하러 경주에 갔을 때였어요. 추상미씨와 삼겹살 먹으면서 걸어 나오는 장면을 찍는데, 실제로 장사를 하는 할머니가 절 부르더라고요. 3년 전에 나왔던 드라마 속 인물 이름으로요. 지금도 기억해요. 준재라고.”
김상경은 “이에 앞서 홍상수 감독님이 평소 제게 ‘(드라마 하지 말고) 영화만 해라’라고 했었다. 저는 동의하지 않았었다. 그 할머니가 제게 말씀하셨을 때, 감독님에게 ‘이것 보라고. 감독님 영화가 칸 영화제도 가고 대단하지만, 저런 할머니가 볼 확률은 적다’고 말했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우리 어머니도 시장에서 장사해 날 키웠지만, 어느 것이 더 값어치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랬더니 홍상수 감독님이 ‘그럼 드라마 찍고 나랑 영화 찍자’라고 하셨다”고 유쾌함을 전했다. 이처럼 일상 그리고 보통의 우리네와 연기를 통해 깊숙이 호흡하고자 하는 그는 배우다.
“요즘은 많이 깨졌죠. 사실 과거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연기자에 대한 시선이 안팎으로 곱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기준을 따로 두기 싫었지요. 어떤 사람들은 제게 ‘계속 영화만 했다면, 송강호나 하정우처럼 유지될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잘못 선택했다고 말해요.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니니까요. 나다운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작으로 데뷔한데 이어 ‘살인의 추억’으로 흥행과 연기 호평을 동시에 얻은 김상경이지만, 당시 그는 ‘치기 어렸던’ 면도 있었다고 했다. 김상경은 “들어오는 시나리오마다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예술에 대해 스스로 심각하게 여기던 때였죠. 영화를 안 하니까, 당시 함께 일하던 대표가 제게 ‘너는 상업영화의 최고를 한 것’이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곤 MBC ‘베스트 극장’을 출연했죠.”
데뷔 18년 동안 그는 부침도 겪었다. 이제는 스스로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불혹’이라고 표현했듯, 이제는 여유도 생겼단다.
“저라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잘 되라는 법 있나요…이번엔 ‘살인의뢰’를 만났듯, 모든 건 제 선택이었고, 제 필모그래피이지요. 어느 영화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그래서 공을 안 들인 영화는 없을 거예요. 운과 때와 시가 맞느냐, 안 맞느냐 일 수도 있죠. 모든 영화들은 존중받을 만한 이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