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중국판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하자 미국이 크게 반발하는 등 동맹국간 균열이 일고 있다.
영국 정부가 AIIB에 가입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자 미국 백악관이 “영국은 중국의 편의를 계속해서 봐주고 있다”며 비난했다고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힐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비판은 영국이 500억 달러(약 56조120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출범할 AIIB의 창립멤버가 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자 나온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으로는 최초로 참여하게 된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설립 단계에서 AIIB에 합류하는 것은 영국에 비할 데 없는 기회를 줄 것”이라며 “아시아와 함께 투자하고 성장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재무부는 이달 말 AIIB 창립멤버인 다른 국가들과 회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인도와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21개국이 AIIB 설립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새 은행이 지배구조나 사회보호망, 환경보호 등에서 WB나 다른 개발은행들이 가진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영국이 목소리를 내 AIIB가 높은 기준을 채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속내를 보면 WB의 라이벌이 될 AIIB에 참여 의사를 밝힌 영국에 불쾌하다는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한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G7이 AIIB에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는 가운데 영국이 미국과의 협의도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며 “우리는 영국이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영국 재무부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을 포함한 G7과 최소 한 달간 광범위하게 논의해왔다”며 발끈했다.
중국은 AIIB는 물론 브릭스(BRICS)개발은행과 실크로드기금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국제통화기금(IMF)과 WB로 대표되는 미국 주도 금융질서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