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이후 FBI, 즉 미국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우리나라 경찰청에 상주하며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2일 노컷뉴스가 보도했다.
수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외국의 수사 당국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의 처음과 끝을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는 셈이어서 그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리퍼트 대사가 피습된 지난 5일 FBI 측은 경찰청 수사지휘부를 찾아 ‘합동수사’ 여부를 타진했다.
경찰은 민감한 수사 상황과 관련해 다른 나라 사법당국이 수사에 참여하는 것은 사법주권 개념에 배치된다고 판단해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FBI는 사건 당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경찰청 본청 5층 회의실에 요원들을 상주시키며, 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 관련 수사를 면밀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전국 지방청으로부터 올라오는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수사와 정보 업무를 총괄하는 경찰의 최고 조직이다.
그러한 경찰청에서 미국의 최고 수사기관 요원들이 상주하며 수사상황을 보고 받는 것이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FBI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FBI 요원들이 직접 상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자국 대사가 피습됐기 때문인지 많은 것을 궁금해하고 있다”며 “합동수사는 아니고 수사공조와 정보공유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기종이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는 상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진행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사 주체인 일선 경찰서도 아닌 경찰 최고 수뇌부들이 모인 경찰청에 전례 없이 FBI 요원들이 상주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아마도 미국 쪽에서 굉장히 세게 요구를 했을 것”이라며 “테러냐 폭력이냐 판단을 해 수사공조 필요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테러 가능성은 적지 않느냐”고 말했다.
신 의원은 또 “사실 FBI가 상주하지 않는 게 맞다”며 “일부 국민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단식하고 굿하고 춤추고 한 것이 사적인 과공(過恭)인 것처럼, 그건(미 FBI의 경찰청 상주는) 공적인 과공”이라고 지적했다.
‘과공(過恭)’은 상대방에 지나치게 공손하면 오히려 예에 어긋난다(非禮)는 말로 사대주의를 비판할 때도 종종 일컬어진다.
수도권의 한 대학 경찰학과 교수도 “통상 자국 요인 관련 수사상황 공유 업무는 미 대사관 등에 있는 연락관들이 수행한다”며 “경찰의 총본산에 FBI가 상주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시민의 상식으로 볼 때 (수사공조 등이) 너무 지나치면 내정간섭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최고 우방국에 도리를 지키는 적정선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한 외국 대사의 피습 사건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외국 수사 당국의 경찰 지휘부 상주 역시 처음이어서 외교 관례상 적절한 것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노컷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