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5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소원을 낼 자격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률이 위헌이다'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법률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라야 한다. 협회는 공직자나 교육자, 언론인을 규제하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대리를 할 수 있을 뿐 직접 청구인이 될 수 없다고 볼 소지가 있다.
이날 헌법소원 청구서상 청구인 명단에는 한국기자협회와 강신업 대한변협 공보이사, 박형연 대한변협신문 편집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효은 대한변협 대변인은 "기자협회는 언론인을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이므로 실질적인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다만 "공동청구인인 강신업 변호사는 대한변협신문의 편집인으로 언론인에 해당하므로 충분히 실질적 이해당사자의 청구라고 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직 공포되기 전인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부분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김영란법은 아직 공포도 되지 않은 법률이다. 헌법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침해의 현재성'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법률에 의해 현재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어야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주어진다.
헌법소원이 접수되면 재판관 3명으로 이뤄지는 '지정재판부'에서 본안판단을 할 지 여부를 검토하게 되는데, 여기서 헌법소원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9명의 재판관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의 심사 없이 '각하'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포 후 시행 전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이 접수된 적은 있지만, 공포 전 법률에 대해서는 선례가 없다"고 말했다.
정당한 청구인 없이 대리인만으로 헌법소원을 낸 데다, 법률이 시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김영란법이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어 헌법재판소가 각하결정을 내릴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