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지키느냐, 뺏기느냐.’
경영권을 둘러싸고 격전이 예고된 정기 주주총회가 있다. 신일산업과 황귀남씨, 엔씨소프트와 넥슨, 일동제약과 녹십자 등 그동안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잡음이 일던 상장사들의 경영권 향배가 이번 주총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신일산업의 경우 이번 주총이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일산업은 지난해 2월 노무사 황귀남씨가 이 회사의 주식 260만4300주(5.11%)를 취득하며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1년여간 공방을 이어온 뒤 황씨는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법원이 현 경영진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송권영·김영 신일산업 대표이사와 정윤석 감사의 직무가 정지된 것. 결국 신일산업의 경영진 구성은 회사가 선정한 이사 3인과 황씨 측의 이사 2인 및 감사로 변경됐다.
이번 신일산업의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의 건을 둘러싸고 회사 측과 적대적 M&A 시도자의 격돌이 일 예정이다. 김영 회장의 임기가 이달 30일로 만료되는 가운데 이 자리를 두고 양측은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이사를 선임하는 측으로 신일산업의 경영권이 넘어간다.
특히 소액주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는 △전자투표제 도입 △임원 보수한도 조정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과도한 신주 발행 금지 등의 안건도 주총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방민주 법무법인 루츠알레 변호사는 “아직 주총 날짜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지난해와 같은 날에 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영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이사 선임 안건은 확실히 상정될 예정이며 표 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안건은 법원의 허가가 필요해 직무 대행자도 확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도 오는 27일 예정된 주총에서 넥슨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이사 재선임 안건이 주목받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12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엔씨소프트 주식 14.7%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넥슨코리아를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0.4%(8만8806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엔씨소프트와의 기업결합을 승인받으며 적대적 M&A 시도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넥슨은 지난달 주주제안서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이사 결원·충원시 정보 공유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우호 세력이 필요해진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와 글로벌 게임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사업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넷마블게임즈는 3900억원을 투자해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를 주당 20만500원에 인수하며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가 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를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이며 넥슨보다 지분을 많이 확보하게 됐다”며 “적대적 M&A는 인수를 시도하는 쪽이 지분이 월등히 많거나 엇비슷할 때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넥슨이 적대적 M&A를 시도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경영권 분쟁도 이번 주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는 20일 개최되는 일동제약 주총에서는 이사 및 감사 선임안을 놓고 양측의 표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사내이사 후보로 이정치 현 회장과 사외이사 후보로 서창록 교수, 감사 후보로 이상윤씨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2대주주인 녹십자는 녹십자 대표이사를 지낸 허재회씨를 사외이사로, 자회사 녹십자셀 사외이사인 김찬섭씨를 감사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특히 일동제약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피델리티그룹의 저가 가치주 투자펀드인 ‘피델리티 로우프라이스드 스톡펀드(FID LOW PRICED STOCK FUND)’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일동제약의 최대주주는 윤원영 회장 등이며 지분율 32.5%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는 29.36%의 지분율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