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등 임시직 근로자의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임금이 전년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상용직과 임시직을 모두 포함한 근로자의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경제가 3% 넘게 성장하고 일자리는 12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지만 월급쟁이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시직 근로자 실질임금은 월평균 127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했다. 임시직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의 -4.4% 이후 처음이다. 임시직은 고용기간 1년 미만 비정규직과 일용직으로 비정규직이 많다.
조사 대상 업체의 임시직과 상용직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지난해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2만6000원으로 1.3% 올랐다. 이런 상승률은 실질임금이 감소했던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간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2.9%, 2012년 3.1%, 2013년 2.5%로 2년째 하락했다.
상용직의 지난해 월평균 실질임금은 309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고작 1.1% 늘었다. 2011년(-4.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상용직은 정규직과 고용기간 1년 이상 비정규직을 포함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임금이 주소득원인 전국 2인 이상 가구 근로자가구의 지난해 근로소득(명목)은 407만2000원으로 처음으로 400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연간 증가율은 2.9%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2%) 이후 가장 낮았고 2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취업자가 대폭 늘어났지만 실질임금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장년·고령 취업자와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새로 생긴 일자리 53만3000개 중 43만9000개(82.4%)가 50세 이상 연령층에게 돌아갔다. 이들 연령층 신규 취업자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고령자들의 구직 수요가 많다는 점이 임금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지난해에 임금 근로자 중 고용 안정성이 높은 상용직이 44만3000명 늘어나 고용 증가세를 주도했지만 2012년과 2013년 감소했던 임시직도 전년보다 14만명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실질임금 증가율이 계속해서 실질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6년간 연도별 실질 경제성장률은 2009년 0.7%, 2010년 6.5%, 2011년 3.7%, 2012년 2.3%, 2013년 3.0%, 2014년 3.3%였다. 이 기간에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때는 2012년 한 번뿐이었다. 연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1.3%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