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맛있는 음식 많이 차려 놓을 테니 집으로 오라는 누나의 연락이 왔다. 식탁 한가득 올려진 음식보다 매형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모습이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느 레스토랑 음식과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최근들어 방송에서 요리는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가 됐다. 방송에 요리하는 남자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 하루가 멀다고 방송사들은 남자들에게 칼자루를 쥐어 카메라 앞에 세우기 바쁘다. tvN ’삼시세끼-어촌편’,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를 비롯해 아예 셰프테이너들이 등장해 예능프로그램을 빛내는 경우도 있다.
‘삼시세끼-어촌편’ 차승원은 다양한 메뉴를 요리하며 실력을 뽐낸다. 직접 잡은 우럭의 뼈와 살을 발라 껍질까지 벗겨 살을 잘게 다진다. 홍합도 다져 넣고 야채도 다져 넣고 계란도 넣는다. 밀가루는 넉넉하게 넣고 찰기가 돌 때까지 비벼준다. 완성된 반죽을 기름에 넣고 튀긴다. 차승원이 만든 음식이다. ‘삼시세끼-어촌편’은 차승원의 요리 실력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다.
SBS ‘힐링캠프’를 거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인터넷 생방송 대결을 펼친 요리연구가 백종원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는 연예인이 아닌 요리사 최현석, 맹기용이 출연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자의 요리가 얼마나 특별한 일이길래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가정에서 한 번이라도 식사준비를 하는 전체 연령 남자 비율이 26.5%로 남자 네 명중 한 명꼴이라고 한다. 일주일에 4일 이상 음식을 준비한다고 응답한 남자는 7%밖에 되지 않는다. 평소에 요리를 즐겨 하는 남자는 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다.
배우 이서진과 택연이 tvN ‘삼시세끼’를 통해 화제가 된 것은 그들의 요리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완벽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능숙하진 않지만 직접 밥상을 차리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여자는 남자가 평소에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자주 볼 수 없던 모습에 새로운 면을 보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 행동이 자신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면 더 감동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지금 방송가에 요리하는 남자들을 인기 있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요리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반응이 꾸준히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당분간 요리하는 남자들의 방송출연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