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생은 불가능한가?

입력 2015-02-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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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온라인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시시콜콜한 지난해 일을 하나 꺼내본다. KT와 LG유플러스가 부가통신서비스업에 진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벌어진 통신업체 간 갈등 이야기다.

기업메시징서비스란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면 사용 내역을 휴대폰 문자로 받아보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사업을 벌이던 업체들은 KT와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빌려 사업하는데, KT와 LG유플러스도 직접 이 사업을 벌였던 것이다.

문제는 KT와 LG유플러스가 통신망을 빌려주는 한편, 자체적으로 사업하는데 이들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는 데 있었다. 가격을 경쟁업체보다 싸게 판매한다고 해서 기업을 욕할 수 없다.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하지만 통신망 독점사업자가 빌려주는 가격보다 같은 서비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공정경쟁과 상생원리에 어긋난다고 판단, 두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들 두 업체에 ‘회계분리’ 조치도 취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기업메시징 사업부문을 전체 회계에서 분리해 계산하라는 것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경쟁업체를 몰아낸 뒤 시장을 독과점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당시 공정위는 KT와 LG유플러스가 기업메시징 사업을 벌이는 것을 막지도 않고, 어느 일방의 손만 들어주지도 않았다. 10여개 업체들 간 이권이 달려있는 문제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통신업계에 공정경쟁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법을 효율적으로 적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굳이 지난해 사안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요즘 통신업계의 화두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숙농성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설 연휴가 끝났지만 지난해 10월과 11월부터 노숙농성과 파업에 들어간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설치기사가 대부분인 이들은 원청인 대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유발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며 4~5개월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의 처우를 둘러싼 갈등은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비정규직 종사자가 급격히 늘면서 이와 관련한 분쟁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와 관련해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어서다.

기업은 기업대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 합의점을 찾아낸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법의 테두리에서 해결하려 나서면 ‘법은 자본의 대변인’이라는 사회 저변의 곡해를 내세워 극한으로 치닫기 일쑤다. 그간 상명하복식의 경제구조를 구축하면서 법이 일방을 옹호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 질질 끄는 것은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에게, 사회 전체적으로 큰 손실일 뿐이다.

업체간이든, 고용주와 근로자간이든 함께 살아가는 상생이 그리 어려울까? 이익이 있다면 반대쪽은 손해를 보는 구조라서 상생 방안을 구하는 것은 난제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너무 원론적인 얘기지만 협의와 양보만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요즘 들어 소셜네트워크(SNS) 등의 영향으로 약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SNS도 자칫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어느 정도 경계가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처우 개선에 더욱 목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사정위원회가 지난해 말 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안을 확정해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노사간의 양보가 없으면 합의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공정위의 간섭으로 기업메시징 서비스 업체 간의 상생이 이뤄졌듯이, 노사정위원회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수단을 마련해 농성이나 시위 등으로 귀중한 자원과 시간의 낭비가 없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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