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지분 6.06%를 보유한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신주인수권증서 169만7133주를 장외 처분했다. 매매가격은 주당 970원대로 총 16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일에는 현대상선 주요주주인 현대중공업(12.85%)과 현대삼호중공업(5.75%)이 각각 신주인수권증서 359만8197주, 160만9719주를 주당 970원씩 받고 투자자문사인 시너지파트너스에 전량 매각했다.
신주인수권증서는 상장기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 기존주주가 다른 투자자에 우선해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기존주주는 유상증자를 포기하는 대신 이 증서를 팔아 지분 희석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결국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범현대가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가격으로 신주인수권증서를 전량 처분해 자본이득을 취한 것이다. 범현대가는 현대상선의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한 것이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유상증자에서 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은 물론 신주인수권증서도 매매하지 않았다.
범현대가에서 증자 불참에 나서자 이를 확인한 현대상선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도 증자에 절반만 참여키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1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양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다수의 금융사를 대상으로 주당 1360원씩 받고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증서의 55%인 341만9632주를 장외매도해 46억5000만원을 현금화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신주인수권증서를 처분해 증자 참여 규모가 449억원에서 200억원대로 줄었다. 여기에 현 회장의 동생인 현지선씨가 3790주, 현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임당장학문화재단도 24만9279주의 신주인수권증서를 장내 매도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증서 매각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영상의 판단”이라며 “다른 이유를 말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분 격차가 상당한 만큼 범현대가 매각 상황을 보고 현대엘리베이터가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범현대가 지분이 상당해 양측의 화해나 분쟁 종료를 말하기는 이른 감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