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만 190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300만을 돌파한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의 흥행 키워드는 ‘속편’이다. “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은 없다”는 충무로 속설을 깨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4년 전 470만 관객을 동원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속편이다. JTBC 유명 PD에서 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김석윤 감독은 “코미디, 어드벤처 요소 등을 보강하여 1편보다 더 알차고 오락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었다”며 흥행 이유를 밝혔다.
‘미션 임파서블’ ‘007 시리즈’ ‘터미네이터’ ‘스파이더맨’ ‘고질라’등 할리우드와 일본에서 위세를 떨친 속편은 충무로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2002년 당시 520만 관객을 동원한 ‘가문의 영광’은 5편에서 11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편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조폭 마누라’ 역시 1편에 525만명이 입장했지만 ‘조폭 마누라3’는 중화권 톱 여배우 서기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172만명에 그쳤다. 가깝게는 818만명의 관객 동원으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친구’의 속편 ‘친구2’가 297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이우진 영화평론가는 “전편의 성공 요소가 빠져 있거나, 중심내용과 출연진의 변화 등이 속편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킨다. ‘엑스맨’ ‘혹성탈출’ 등 할리우드에서 전편 이전의 내용을 보여주는 프리퀄식 속편 제작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속편의 역사는 60~70년대 액션, 멜로드라마, 코미디 등의 장르가 상업적 공식을 확립하면서 시작됐다. 이 시기 ‘미워도 다시 한 번’ ‘별들의 고향’ 등 흥행작들의 속편이 우후죽순 제작됐다. 80년대에는 에로티시즘 영화의 강세 속에 ‘애마부인’ ‘빨간 앵두’ ‘산딸기’ ‘뽕’ 등의 작품이 적게는 6편에서 많게는 13편까지 제작됐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당시 속편들은 상업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연속성을 무시했고, 결과적으로 속편 영화의 전체적인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 ‘투캅스’ ‘공공의 적’ 등 90년대가 되어서야 시리즈물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사를 새로 쓴 ‘명량’은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과 이순신 장군이 최후를 맞은 노량해전까지 속편을 계획하고 있다. 한산대첩을 소재로 한 속편은 2~3년 안에 제작이 구체화되며 캐스팅 단계부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김석윤 감독 역시 ‘조선명탐정’의 시리즈화를 고민하고 있으며 최근 흥행작 ‘킹스맨’의 매튜 본 감독도 “생각해둔 이야기가 있다”며 속편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흥행작의 속편은 상업적 가치를 최고로 생각하는 제작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는 경험재로 경험(관람)을 하기 전에 질과 완성도를 평가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속편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지 않고도 내용과 스토리 라인, 캐릭터를 어느정도 예상할수 있어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의 수요안정화 전략으로 등장한 것이 속편 전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