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되면서 3년 임기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오는 2018년 3월까지다. 그러나 김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가장 먼저 법원의 판결로 중단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을 재추진 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뒤떨어지는 수익성도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하나금융은 23일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김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는 그룹 내 두 은행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저성장·저마진의 금융환경을 대비해야 할 현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외부인사의 영입보다는 내부에서 후보자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김 회장이 지난 3년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고 지난해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현지법인 통합과 국내 카드 통합을 원활하게 마무리 짓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단독후보로 추천된 김 회장은 오는 3월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상임이사로 확정된 후 연이어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김 회장의 행보는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그동안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한 김 회장이 이번 연임을 계기로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노조와의 대화를 전제로 2·17 합의를 파기하고 조기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만큼 유망한 해외 시장을 선점하는 방안이 앞으로 조직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양행의 통합작업은 6월30일 이후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무리한 통합강행으로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사 오히려 통합지연의 빌미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향후 노사 간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 회장이 조기합병을 성공시킬 핵심 변수로 떠오른 노조를 어떻게 끌어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김 회장이 당면한 또 다른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9377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 미쳤다. 경쟁그룹인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2조원을 넘고 KB금융도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392조원,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총자산은 각각 407조원, 405조원으로 세 그룹 모두 총자산 규모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하나금융의 실적이 곤두박질 친 데는 외환은행의 수익성 감소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21.2% 증가한 8561억원인 반면, 외환은행은 17.8% 감소한 36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런 점을 의식하듯 김 회장은 최근 외환은행의 전 대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방만 경영을 원인으로 꼽으며 “이대로는 곧 부산은행에 실적이 역전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이 같은 실적악화에 대해 하나금융의 경영실패와 조기통합 무용론으로 맞서고 있어 향후 노사 간 책임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