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가 21일 밤 숙환(宿患)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김 전 총리는 마지막 입맞춤으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셋째형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사촌 간이다. 그동안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김 전 총리는 조문객들에게 “마누라하고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다”며 “집사람하고 같이 눕고 싶은데 아직 부부가 같이 현충원에 가는건 대통령이나 된다고 한다. 국립묘지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에게 “65년 같이 살면서 한 번도 큰 병 앓은 일이 없었어요. 아주 못된 병에 걸려서…”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인은 경북 선산군에서 태어나 서울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나왔다. 모교인 구미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51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통해 김 전 총재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당시 김 전 총리는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에게’(Once, only once and for one only)라는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고인이 2008년말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지자 그동안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정진적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서 확인돼 화제가 됐다.
한편 22일 고인의 빈소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전 총리는 휠체어에 앉아 문상객을 상대했다. 김 전 총리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대통령 단임제로 큰일 못 한다”면서 “내각책임제라야 잘하면 17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상을 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박 대통령을 언급, “정상이 외롭고 괴롭고 고독한 자리인데 잘 좀 도와드리십시오”라며 “도와드리면 반대급부가 있을거요”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