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소송전 어디까지 가나… 세탁기부터 디스플레이까지 공방전 총정리

입력 2015-02-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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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사장 “억울하다”… 현장 영상 공개

▲도어 개폐 후 정상적으로 도어가 닫힌 제품(사진 왼쪽)과 도어 개폐 후 정상적으로 도어가 닫히지 않은 파손된 제품의 사진. 사진제공 삼성전자

글로벌 가전 시장의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LG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세탁기 파손 사건이 재판에 넘어간 데 이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유출 의혹 재판도 계속 진행되면서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세탁기 소송' 접입가경, LG전자 임원 3명 기소… LG 맞고소에 삼성 무혐의= 15일 검찰은 재물손괴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과 세탁기연구소장 조한기 상무, 홍보담당 전모 전무 등 임직원 총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삼성-LG 세탁기 사건은 작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두 곳의 매장에 진열됐던 자사의 세탁기를 LG전자 임원이 파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성진 사장 등이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부순 혐의(재물손괴)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출장 중 타사 세탁기 테스트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의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사장과 임원에 대한 소환 통보 및 삼성전자 임직원을 조사하고, LG전자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증거위조' 혐의로 맞고소했다.

혐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조 사장은 올해 1월 CES 일정 이후에는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검찰 조사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CES에 다녀온 후 조 사장은 검찰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매장 CCTV와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공수해 제출한 세탁기 실물을 분석한 결과 세탁기 파손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LG전자가 낸 해명성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보고 조 사장과 전 전무에게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또 검찰은 LG전자가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증거위조·은닉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LG는 16일 "조성진 사장과 회사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며 현장 폐쇄회로(CC)TV를 16일 전격 공개했다. 8분 45초 분량의 해당 동영상은 지난해 9월 열린 IFA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조 사장 일행이 시내의 한 양판점에서 삼성전자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냉장고 등을 둘러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LG전자 측은 조 사장 일행의 현장 모습과 함께 자체 실험 결과를 통해 세탁기 파손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LG디스플레이, 'OLED' 기술 유출 놓고 공방=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 유출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OLED 기술 유출과 관련해 두 번째 법정다툼을 벌이게 됐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13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장 윤모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영업비밀을 넘겨받은 노모씨 등 삼성디스플레이 임작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윤씨는 2010년 3~4차례에 걸쳐 자신의 회사를 방문한 노씨 등에게 LG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OLED 관련 기술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15일 입장자료를 배포하며 "검찰의 수사 결과 밝혀진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에 의한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대형 OLED 기술탈취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기술유출 수사 의뢰, 기술 불법 취득, 특허 소송 등 사업 외적인 수단을 통한 경쟁사 흠집내기에 힘을 쏟는 행태를 중지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 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 임직원을 재판에 넘긴 검찰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서도 음해나 모함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오히려 LG디스플레이 임원이 최근 기술유출 혐의에 대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우리는 2007년 세계 최초로 OLED를 양산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최근 OLED 기술을 부정취득한 LG디스플레이 담당임원이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까 걱정을 하지 남의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2년 5월 삼성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이 기소되자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 수원지법은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된 삼성디스플레이 전 연구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LG디스플레이 임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3명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11명 중 나머지 7명과 LG디스플레이 법인 및 협력업체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일어난 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해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조성진 사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14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매장 CCTV를 통해 조 사장이 직접 세탁기를 파손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LG 생활가전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조 사장이 관련된 만큼 LG전자도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사진은 삼성 측이 공개한 정상 제품과 파손 세탁기의 비교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LG 오래전부터 시작된 갈등의 골… 감정싸움 깊어지나= 삼성과 LG는 글로벌 전자ㆍ가전업계 1, 2위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양사는 중요 이슈에서 설전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2011년에는 ‘3D TV’와 관련해 기술 논쟁을 벌였고, 이듬해에는 ‘냉장고 용량’을 놓고, 2013년에는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표현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다행이 이들 사건은 원만하게 해결됐다.

지난해에는 2009년 삼성전자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개발(R&D) 평가에 제출한 자료를 LG전자가 빼돌린 전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신경전은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만큼 조그마한 표현과 사안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신경전과 반박은 꼭 필요하지만, 도가 지나칠 경우 소비자와 전자업계의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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