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신용정책부문 마리 디론 수석 부사장은 11일(현지시간) ‘2015-2016 글로벌 경기 거시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20국(G2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3% 미만에 그칠 것이란 예상에 변함이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론적으로는 유가하락이 경기 부양의 촉매제로 작용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상관관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무디스의 올해 경제전망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5달러일 경우를 가정해 수립했다.
특히 소비중심의 경제가 대부분의 국가에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유가 하락이 소비자의 이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이에 무디스는 유가하락의 ‘덕’을 못보는 대표적인 국가로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지목했다. 무디스는 러시아의 경우 유가하락으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오는 201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에서도 원유 수출규모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하락으로 미치는 경제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비용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도 웃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론 수석 부사장은 “국제유가가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요를 잠재우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무디스는 보고서 말미에 유가하락의 최대 수혜국으로 미국과 인도를 꼽았다. 개인과 기업 모두 원유에 지출하는 비용이 많은 국가인만큼 저유가가 경제의 호재라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3.2%, 내년에는 2.8%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경우 고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만큼 유가하락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론 수석 부사장은 “인도는 근래들어 고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데, 유가하락이 이러한 물가 상승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며 “인도의 GDP 성장률은 내년에 7%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무디스는 올해 유로존의 GDP 성장률이 1% 미만에 머물고, 내년에는 1%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