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출범 한 달만에 거래가 뚝 끊겼다. 기업들이 할당량 배정에 불만을 갖고 있고 상쇄배출권 인증이 늦어지는 점이 거래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에서 지난달 19일부터 거래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개설된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 날은 나흘에 불과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거래 첫 날인 1월 12일 1190톤, 97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13일 50톤(거래대금 47만5000원), 14일 100톤(95만1000원), 16일 40톤(3만4000원)을 기록했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기업의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설립됐다. 배출권 시장 참여는 기업들만 가능하다. 참여 기업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대상 업체 525개사 중 499개와 3개 공적금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핸, 기업은행)을 포함한 502개사다.
시장 참여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실제 배출량보다 적게 할당량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 525개사에 15억9800만톤의 배출권을 할당했다. 이는 당초 업계가 요구한 규모(20억2100만톤) 보다 4억2300만톤 부족하다. 기업들은 배출권 할당량에 이의를 제기하고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상쇄제도를 마련했지만 절차적 과정때문에 이 마저 기업들이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상쇄제도는 온실가스 배출량 할당업체가 자회사나 외부 업체를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를 자사의 실적으로 인증받는 것과 온실가스 배출량 할당업체가 아닌 일반 기업이 감축한 온실가스를 할당업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관련 절차가 간단치 않고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배출권 상쇄제도를 활발하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출권 시장의 설립 목적이 시장활성화가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이므로 거래량과 거래대금 숫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지정한 것이 목적”이라며 “시장활성화보다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배출권 시장으로의 거래 유인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상쇄배출권이 활성화되고 시간이 지나면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