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저축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기업 저축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소득으로 남겨뒀다는 의미로 경기의 선순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가경쟁력 통계'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5개국의 기업 총저축률을 비교한 결과,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 총저축률은 21.5%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OECD가 적용한 93국민계정체계(SNA)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올해부터 적용된 08SNA 기준으로 적용해도 2011년 이후 3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후반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은 한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에스토니아가 3위, 네델란드 4위, 덴마크는 5위로 상위권에 들었다. 포르투갈(23위), 프랑스(24위), 멕시코(25위)는 하위권을 형성했다.
한국의 기업총저축률은 2000년 12위를 차지한 후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1년부터 선두권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총 저축률은 1975년 8.4%를 기록한 후 외환위기인 1998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해 2010년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특히 금융법인의 저축률이 1975년 0.6%에서 2013년 1.9% 늘어난 반면 비금융법인의 저축률은 같은 기간 7.8%에서 19.6%로 상승해 비금융기업들이 기업 총저축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총 저축에서 기업저축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총 저축 대비 기업저축 비중이 2000년 32.2%에서 2012년 49.1%로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등 현금성 자산 비중을 꾸준히 늘려감에 따라 경기 선순환 구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상위 20%에 속하는 기업의 총자산 가운데 현금성 자산 비중이 2012년 7.4%에서 지난해에는 8.9%로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의 과잉 저축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들이 갖고 있는 자산이 투자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현재의 기업 자산 구조에서 기업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거시경제의 선순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