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가 ‘승자’에서 ‘패자’로 전락했다. 지난해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50% 이상 올라 세계증시 가운데 최고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2.9% 하락했고 특히 지난달 26일 고점 이후로는 7.2% 빠졌다.
이 같은 성적은 올해 아시아증시 가운데 최악이며 세계 주요 증시에서도 베네수엘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빠진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날로 둔화하는 중국 경기와 기업공개(IPO) 물량부담, 신용거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증시상황에 대한 불안 등이 중국증시 부진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시장의 냉각과 자산관리상품(WMP) 부실화에 대한 우려 속에 중국 개미투자자들이 증시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지난 1월 주식거래 규모가 전월보다 36% 급감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속도록 얼어붙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는 부진해 시장의 불안을 더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2년 4개월 만에 기준인 50을 밑돌며 경기가 위축세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3.3% 줄었고 수입은 19.9%나 줄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8%로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다.
여기에 24개 기업이 춘제(설날)를 전후해 IPO를 실시한다. 이미 17개 기업이 지난 10일 상장했다. 이달 이들 기업 IPO 규모는 총 100억 위안(약 1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다른 종목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신용거래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달 자국 최대 증권사 3곳에 신용거래 규정을 어겼다며 관련 계좌 신설을 중단시키는 등 제재를 가했다. 신용거래는 한 마디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9일 중국 신용거래 규모는 1조1000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에 호재가 되는 소식이 나오는데도 주가가 부진한 점도 올해와 다른 점이다. 지난해 11월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을 당시 주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이 지난 4일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밝히고나서 오히려 다음 날 상하이지수는 1.2% 빠졌다. 투자자들이 추가 경기부양책 실시보다 경기둔화 심화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는 “증시 반등의 부재는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은행은 지난 주말 중국주식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