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 인기가 치솟는 신권 지폐 중 가장 오랜 기간 사랑 받아 온 권종은 1만원권인 것으로 확인됐다. 1만원권 지폐는 5만원권 지폐의 등장으로 인기가 주춤하는 듯 했지만, 경기불황과 편의성 등으로 인기 지속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는 지난해 설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원권을 찾는 고객이 많이졌다.
시내 A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5만원권보다 1만원권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1만원권 지폐는 지난 1972년 처음으로 등장했다. 1만원권은 지금의 세뱃 돈이나 추석 용돈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당시에는 용돈으로 주기엔 엄청난 가치를 지녔었다.
특히 고액권 발행에 반대하는 여론까지 나타났다. 1972년 1만원권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20만원 정도로 고액권 논란은 당연했다.
고액 지폐가 없던 1960~1970년대에는10원, 50원짜리 지폐가 세뱃돈으로 인기였다. 1962년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며 '환' 단위의 지폐를 '원'으로 변경했다. 이 때부터10원짜리 지폐를 세뱃돈으로 주는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0년대 초 지폐의 최소 단위가 1000원권으로 바뀌면서 아이들 세뱃돈도 1000원으로 뛰었다. 이후 1000원권은 1990년대 초까지도 5000원권, 1만원과 같이 혼용돼 오다 2000대 후반부터 명절 용돈의 자격을 서서히 잃어갔다.
1990년대는 경제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세뱃돈은 만원 단위로 상승했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1000원권이 인기를 끌며 세뱃돈도 경기를 탔다.
2000년대 중반에는 5000원권의 인기를 한 때 급격히 오르기도 했다. 2006년 1월 첫선을 보인 새 5000원권 신권 지폐 때문이다. 같은 해 '2006년 설 전 화폐 순발행 규모'에 따르면 설연휴 전 10영업일간 공급한 5000원 신권은 총 50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753억원)의 약 세배로 늘어났다.
이때 상대적 1만원권과 1000원권의 수요하는 하락했다. 1만원과 1000원권의 발행액이 모두 줄어들면서 같은 기간 화폐 순발행액은 총 4조26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4823억원)에 비해 4.9% 감소했다.
2009년 5만 원권이 등장하면서 세뱃돈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중고등학생 이상만 되도 5만원권을 내밀어야 흡족해 하는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30~40대 시민들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