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사기사건', 알고보니 법원이 제보

입력 2015-02-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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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밝혀진 인천 깡통주택 사기 사건은 이례적으로 판사들이 검찰에 사실을 제보하면서 실마리가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한 지체장애인이 지난해 세들어 살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자 분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깡통주택과 관련된 통계를 파악해 이례적으로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지법 민사5단독 권순남 판사는 지난해 8월 중순 40대 부부의 '배당이의 소송'을 진행하던 중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앞서 진행된 3차례 기일에서 남편과 함께 법정에 나왔던 중년 여성이 그날은 혼자 출석했는데, 권 판사가 의아해하며 "왜 혼자 오셨냐"고 묻자 부인은 "남편이 분신자살했다"고 울먹인 것이다.

그는 보름 전 인터넷에서 스치듯 본 기사가 떠올랐다. 셋집에서 쫓겨난 지적장애인 남성이 강제 집행되던 날 인화 물질을 몸에 끼얹고 불을 붙여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권 판사는 "그 기사 내용이 부부 사건인 줄 미처 몰라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집에서 쫓겨난 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컨테이너를 빌려 비만 피한다는 말에 냉정해야 할 판사가 그러면 안 되지만 딱한 마음이 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배당이의 소송은 근저당설정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으로 깡통주택을 소액보증금으로 빌렸다가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서 우선변제권을 주장하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임차인이 주로 제기한다. 이들 부부도 인천시 중구의 100㎡(30평대)대 아파트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전세금 2천500만원에 빌렸다가 경매에 넘어가자 금융기관으로부터 배당이의 소송을 당했다.

권 판사는 부인을 동정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배당이의 소송을 나눠 처리하는 동료 민사 단독판사들에게 이 부부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최근 몇 년간 인천에서 해당 소송이 대폭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는 부동산임대차 계약서에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몇몇 중개인도 파악됐다.

권 판사는 "배당이의 소송이 너무 많으니깐 부동산임대차 계약서에 자주 등장하는 중개인이 10여명 정도됐다"며 "소액 임차인을 찾아다니며 깡통주택을 팔고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달 여 뒤인 지난해 9월 15일 민사 단독판사 중 가장 고참인 문유석 부장판사 주도로 인천지법 민사단독 판사 17명 전원이 모였다.

인천 지역에서 배당이의 사건이 증가한 원인을 분석하고 법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였다.

법원은 20여일 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지부도 만났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떼이면 결국 공인중개사한테도 손해배상 소송이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깡통주택 사기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수사 당국이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대출브로커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의 이름이 담긴 임대차계약서 등 경매 자료를 인천지검에 제공했고,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지법 장준아 공보판사는 "서민들을 울리는 깡통주택 사기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협조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인중개사 협회와 간담회도 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지검 형사2부(권순철 부장검사)는 사기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A(47)씨 등 부동산·대출 브로커 7명과 B(42)씨 등 은행 직원 2명 등 총 9명을 최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부동산 대출 브로커 25명, 공인중개사 5명, 법무사 3명 등 53명을 같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대출 브로커 등 9명을 기소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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