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토니 애벗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불명예 퇴진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갈팡질팡하고 독선적인 리더십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앞날은 어둡다는 평가다.
애벗 총리는 9일(현지시간) 실시된 소속 자유당 의원총회 신임투표에서 총 102명 소속의원 중 101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61명 대 반대 39명으로 승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당초 이번 신임투표는 10일로 예정됐으나 애벗 총리는 당내 불화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자며 하루 앞당겨 실시하도록 했다.
비록 투표에서 승리했으나 그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총리의 직무수행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야당인 노동당 지지율은 57%로, 자유당의 43%에 앞서 있다.
애벗 총리는 집권한지 18개월도 안돼 계속되는 정책적 실수와 잘못, 지지율 하락 등으로 위기에 몰리게 됐다.
자유당은 지난달 말 퀸즐랜드 주선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으며 다음 달 28일 뉴사우스웨일스(NSW) 선거 전망도 어둡다.
피터 첸 시드니대 정치학 강사는 “신임투표가 리더십 이슈를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는 단지 애벗 총리가 새 모습을 보이겠다는 약속에 이슈를 미룬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상품가격 하락으로 호주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애벗 총리는 지난달 26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남편인 필립공에게 독단적으로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가 여론의 철퇴를 맞았다.
재정적자를 줄이고자 보건과 교육 분야 지출을 급격하게 축소한 것도 비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호주 정부가 200억 호주달러(약 17조원)에 일본으로부터 최신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여당인 자유당 의원들도 자국 조선소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했다.
애벗 총리는 신임투표가 끝난 이후 “우리 당은 이전 두 차례의 노동당 정부를 망하게 했던 불화와 불확실성을 끝내기로 했다”며 “우리는 유권자들을 위해 일하기로 다짐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