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금융인 릴레이 인터뷰] 남다른 ‘장그래 마인드’경영진에 강한 인상 남겨

입력 2015-02-04 10:13 수정 2015-06-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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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트랜잭션뱅킹본부 전무…“젊은 후배 양성 적극 동참할 터”

박현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트랜잭션뱅킹본부 전무는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무역금융, 자금관리, 증권서비스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등 트랜잭션 솔루션에 관한 전문가다. 박 전무는 1994년 미국계 대형 보험브로커 존슨앤히긴스(J&H·Johnson & Higgins Marsh)사를 통해 금융권에 들어와 줄곧 외국계 은행을 거쳤다.

▲박현주 SC은행 전무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SC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국제금융 전문가의 탄생 = 박 전무가 존슨앤히긴스에 들어와 맡은 일은 대기업 고객들의 국내외 보험 수요를 파악하고 런던·뉴욕 등에 소재한 해외 재보험사 또는 원수보험사들과 연계해 최적화된 위험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무였다.

마쉬사(Marsh)와 통합한 J&H는 당시 150년 전통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로 우리 금융시장 개방 흐름에 맞춰 진출했다. 박 전무는 “대만 여성인 아시아 지역 본부장을 포함해 그룹 경영진이 한국 여성인력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며 “학부 때 어문학을 전공하고 입사 전 대사 비서 경력이 전부였던 내게 과분한 업무와 연수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는 고위직 임원들의 지원으로 경력 개발에 어려움이 없었으나, 당시만 해도 전반적인 한국 사회 분위기는 여성의 본격적인 경제활동 진출에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한국기업부(Korea Business Unit) 사원 시절 박 전무는 ‘여직원에게 맡길 업무가 아니니 남자 직원 바꾸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도와드릴 남자 직원이 없으니 내게 말하라’며 영국 재보험사와 연계해 신속히 문제를 해결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례적으로 여성이 복잡한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업무력을 확인한 고객은 흡족해하며 박 전무의 상사에게 “박현주씨 승진시켜라”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노력의 양과 질이 남다른 ‘장그래 마인드’ = 지난 1997년 MBA 1학년을 마치고 맥킨지 서울 오피스에서 인턴십 프로그램(Summer Associate)으로 근무하게 된 박 전무는 석 달간 모 그룹 구조조정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박 전무는 “기업재무관리 등 관련 경험이 취약했던 터라 맥킨지의 쟁쟁한 동료들과 고객사 프로젝트팀 사이에서 매우 고전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팀에 민폐가 안 되려고 소위 ‘장그래 마인드’로 임했다”며 “남다른 노력밖에는 대안이 없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박 전무는 주말도 반납하고 종종 밤을 새워 조간신문이 배달되는 시간에 퇴근했다.

‘장그래 마인드’는 경영진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 전무는 “발전 속도가 눈에 띄었는지 맥킨지 오피스에서는 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오너 경영진이 참석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인턴에 불과한 내게 맡겼다”고 말했다. 비핵심 사업 부문 구조조정 제안이 주 내용이었다. 발표자가 미덥지 않았던 부회장은 첫 슬라이드에서 제동을 걸었다. 부회장은 자신이 기억하는 시장점유율과 차이가 있어 분석의 대전제 방향이 틀렸다는 지적을 했고 회의실 분위기는 이내 싸늘해졌다.

그러나 박 전무는 “당시 많은 시간을 들여 철저히 준비한 자료에 확신이 있었다”며 그룹 재무팀을 통해 그 자리에서 자료 확인을 제안했다. 그 결과 데이터를 확인한 부회장이 발표를 속개시켰다. 부회장은 박 전무의 발표가 끝나자 “드물게 담대한 여성”이라고 호평을 했다.

◇후배 양성의 꿈 = 박 전무는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경력을 유지하고 계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멘토의 조언과 경력 후원자들이 만들어준 새로운 업무 도전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무는 “앞으로는 내가 받았던 과분한 도움들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며 “국내에서는 여성금융인 네트워크와 연계해 금융권 내 여성 인재 육성사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내 후배 양성 프로그램 지원도 다짐했다. 박 전무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내에서 런던 본사 및 홍콩 지역본부 근무로 쌓았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해외 금융가에서 경력을 키워가고자 하는 젊은 직원들의 커리어를 적극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활동이 우리 금융권의 해외 진출에 꼭 수반돼야 할 글로벌 탤런트 자원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전무는 “현재 SC 글로벌 그룹 내에는 약 130여명의 한국인들이 근무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숫자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력

△1990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졸업 △1998년 와튼스쿨 MBA 졸업 △1991년 베네수엘라 대사관 비서관 △1994년 존슨앤히긴스 입사 △1998년 한국 씨티은행 글로벌 트랜잭션서비스 부장 △2000년 네오플럭스캐피탈 이사 △2003년 한국 HSBC 이사 △2005년 SC제일은행 트랜잭션뱅킹 이사대우 △2007년 스탠다드차타드 유럽 트랜잭션뱅킹 이사대우 △2009년 스탠다드차타드 동북아시아 트랜잭션뱅킹 상무 △2012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 트랜잭션뱅킹본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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