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 속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올라 두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2월 0.8%로 0%대를 기록한 후 지속되고 있다.
특히 1월의 경우 담배값 2000원 인상 효과(0.58%포인트)가 없었다면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은 0.22%(0.8-0.58%)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휘발유(-20.0%), 경유(-21.6%), LPG(-21.0%, 자동차용) 등 석유류의 내림세가 큰 것으로 나타나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물가하락 압력이 커진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도시가스 가격이 6.1% 떨어져 전기·수도·가스가 2.6% 하락한 것도 물가상승률을 상당 부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같이 소비자물가가 낮게 나타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물가상승률이 1%보다 낮으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빠진 국가가 선진국 33개국 중 82%(27개국)에 달한다.
LG경제연구원은 이같은 현상에 작용하는 저유가·저성장·기대심리 하락 세가지 요인에서 한국 경제도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해 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대비 3.2%포인트 하락하는 등 세계 물가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했으며, 최근 3년 평균 성장률은 2.8%에 그치는 등 성장세 하락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저하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 디플레이션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가격 하락 품목이 석유류와 농산물 정도"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를 본격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일본·유로존 등의 디플레 사례에서 나타난 극심한 수요 부진이 예견되지 않는데다,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제조업 공동화 문제도 주요국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플레 판단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물가상승률이 예상했던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의 행보를 보이면서 저물가가 계속되고 있다. 분명히 위험한 징조"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하락이 실제 제품가격을 떨어뜨려 가계의 소비여력을 늘릴 수 있어야만 실제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물가가 최근 1년 반 사이 2%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좀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