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현대아이비티는 '현대'라는 상표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대'나 'HYUNDAI'는 대중에게 '범 현대그룹' 계열사 상표로 인식돼 있으므로, 계열사가 아닌 현대아이비티가 이 상표를 등록하는 것은 무효라는 것이다.
2001년 현대전자산업은 현대 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며 '하이닉스 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고, 이후 현대아이비티를 설립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이 현대아이비티를 상대로 낸 상표 등록 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구 현대그룹이 대규모로 계열분리된 이후, 현대아이비티가 컴퓨터 주변기기 등에 관해 상표등록을 출원한 2003년 10월 당시에는 이미 구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였던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이 자신들의 계열사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 그룹, 현대산업개발그룹 등의 개별그룹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도 이른바 '범 현대그룹'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아이비티의 경우 상호를 '주식회사 하이닉스반도체'로 변경한 현대전자산업과 함께 2001년 7월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됐고, 범 현대그룹을 이루는 개별그룹과 경제적·조직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 현대그룹을 이루는 개별그룹들은 구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업그룹으로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현대그룹 상표의 주체로 인식됐고 그 표장을 승계했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은 2010년 7월 현대아이비티를 상대로 상표 특허심판원에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인 현대중공업 그룹과 현대건설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을 상징하는 상표인 '현대'와 'HYUNDAI'는 범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닌 현대아이비티가 쓸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아이비티는 상표등록 당시 이미 모니터와 디스플레이 등 관련 상품 분야에서 회사의 출처표시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돼 범 현대가의 상표와 혼동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현대아이비티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대중공업 등의 청구를 기각했고, 현대중공업 등은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특허법원은 "현대아이비티가 사용하는 상표는 범 현대그룹의 계열사 상품을 쉽게 연상시켜 출처에 관한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