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와 피치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스탠더드뱅크의 팀 애쉬 스트래티지스트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S&P의 조치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곧 피치그룹과 무디스인베스터스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S&P는 26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 정책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유연성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러시아는 세수의 대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군사 충돌과 크림반도 강제 편입을 이유로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 정상들은 24일에도 러시아에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 정책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의 통화인 루블은 지난 7개월간 51%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루블은 1년 전 달러당 35루블 정도에서 거래됐지만 저유가와 지정학적 불안 탓에 26일에는 달러당 69루블선에서 거래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 둔화 우려를 불사하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기준금리를 17%로 6.5%포인트 인상했다. 러시아는 원유 산업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아 원유 가격이 급락할 경우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유가 기조와 우크라이나 분쟁, 서방 세계와의 지정학적 대립이 완화할 조짐이 보이지 않아 당분간 러시아 재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며,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관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해 무디스는 Baa3를, 피치는 BBB-를 각각 부여하고 있다. 전망은 양쪽 다 부정적이다. 무디스의 Baa3와 피치의 BBB-는 투자적격 단계에서 최하위다.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자부적격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