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를 기록해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인 점은 연말정산이 국민 공포를 넘어 정권 공포로까지 번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기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집권 3년차에서 레임덕에 빠져 정책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26일 올해 처음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공개로 전환하며 연말정산 논란에 공식으로 사과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이번 연말정산은 그동안 고소득층에게 유리했던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분명히 국민과의 소통부족은 맞는 말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연 을사오적에 빗댄 연말정산 오적일까. 물론 지난 2013년 8월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세부담 확대 중산층 소득기준을 연봉 3450만원으로 정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당시 조 전 경제수석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연말정산 세부담 기준에 대해 “거위 깃털을 고통 없이 뽑는 것처럼 창의적 방법으로 개선안 내놓은 것”이라고 자화자찬해 불난 집에 부채질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연말정산에서 고소득층에게 유리했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한다. 미혼이나 6세 이하 자녀를 둔 다자녀소득공제 등 일부 소득공제 항목에서 정부가 새로운 중산층 기준으로 내세운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세부담을 주는 미비한 점이 나타났지만 전체적인 큰 틀에서는 세액공제가 소득 재분배 면에서는 맞다.
논리적으로 정부가 추진한 세법개정안이 맞지만 문제는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전혀 챙기지 못해 이번 연말정산 대란이 나타났다. 수년간 극소수 종교인의 반대에 부딪혀 부과하지 못하는 종교인 과세나 변호사, 의사, 세무사 등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이 40% 가까이 세금 탈루를 보이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점에서 직장인들의 공분이 더 커졌다.
정부가 세수부족으로 쉽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직장인들의 유리지갑만 털고 있다는 말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직장인들의 피부에 와닿을 만큼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정치권도 자신들의 표만 의식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어 이번 연말정산 대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할 뿐 분명 큰 정책 방향에서 맞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오히려 더 누더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계속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 스스로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로 떨어진 것은 박 대통령의 불소통 책임이 더 크다. 올해 신년기자회견 때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무시한 발언으로 지지율이 5%포인트 떨어진 것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청와대에서 각 부처 장·차관에게 소통에 잘 나서라고 지침을 내린 점에서 청와대의 국민 괴리감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보여줬다. 먼저 청와대부터 소통에 나서고 나서 각 부처 장·차관의 소통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책임지라며 더 큰 목소리로 채근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이젠 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 더는 추진할 힘이 없어지게 된다.
이번 연말정산 대란을 단순히 직장인들이 돈을 더 낸다는 불만으로 치부해버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연말정산 보안 대책을 내놓는다면 현 정부의 앞날은 분명히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