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중앙은행(SNB)이 15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환율하한제를 폐지하면서 환율방어 정책을 포기한다고 하자 그에 대한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SNB의 갑작스런 발표에 자국통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스위스 중심산업인 시계산업 관계자들은 격분과 혼란을 느끼고 있다.
SNB의 갑작스런 발표로 이날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가 장중 41%나 급등했다. 이는 지난 1971년 브레턴우즈체제 붕괴 이후 일어난 가장 큰 환율 변동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이전 환율 변동이 대부분 신흥국에서 일어난 것과 달리 스위스프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통화 중 하나이고 안전자산으로도 간주돼 이렇게 요동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 여파로 스위스 취리히증시 SMI지수는 이날 8.7% 급락했다. 특히 세계 1위 시계업체이며 오메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그룹은 16%나 폭락했다. 닉 하이에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쓰나미와 같다”며 “수출과 관광산업, 궁극적으로는 스위스 전체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노했다.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의 시계 사업부 대표인 클라우드 비버는 “통화 가치가 이렇게 강세를 보이면 가격을 올리거나 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가격을 당장 10~15%씩 올릴 수 없다”며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망연자실했다.
스위스 수출의 40% 이상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 향한다. 스위스프랑 강세는 이들 수출업자에 ‘악몽’이나 다름없다. 이에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는 스위스프랑과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프랑코겟돈(Francogedd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글로벌 중앙은행 간 공조를 포기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나에게 연락이 없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금융시장에서는 각국 당국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스위스만 비상이 걸린 것이 아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자국 통화보다 금리가 낮은 스위스프랑으로 모기지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 동유럽도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프랑 모기지대출을 받은 주민이 6만명에 이르는 크로아티아는 은행들이 재무장관과의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 폴란드는 모기지대출의 약 40%가 스위스프랑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스위스프랑은 폴란드 졸티와 크로아티아 쿠나에 대해서도 20% 이상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