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장 행보가 거침없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1월 한 달간만 일곱 번의 현장시찰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해 첫날에는 인천항 수출 현장을 찾은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서울 구로 디지털밸리와 등 신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다음 날인 8일 충남대를 방문해 대학생들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논의하고 이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삼진정밀을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취임 6개월을 하루 앞둔 15일에는 부산 국제시장을 찾았다. 영화 국제시장의 무대로 최근 가장 ‘핫’한 전국구 명소가 된 이곳에서 그가 경제 사령탑으로서 구조개혁과 민생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지난 4번의 현장방문에서 강조해 온 화두와 일맥상통한다. 지난 6개월간 경기회복의 불씨 살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느라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를 사실상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행의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현장에서 각계와 소통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날 국제시장 방문 현장에서도 최 부총리는 ‘이 모진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를 언급하며 “후손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구조개혁 등 쉽지 않은 과제를 묵묵히 추진하고자 한다”며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최 부총리의 경제 구조개혁 의지는 이날 현장 일정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우수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금융 부문의 구조개혁 구상을 밝혔다. 그는 “올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진행할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을 위해 30조원 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며 “2월에 프로그램이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에 개혁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부산 지역 주요 공공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농림, 문화 등 국민수요가 높은 분야를 기능 점검 대상으로 우선 상세히 살펴보고 국회와 감사원 등에서 점검 필요성을 제기한 사안도 종합해서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 뿌리 박힌 보신주의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도 잊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외환위기 이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22%, 나머지 78%는 기업대출이었지만, 지금은 반반”이라며 은행들이 가계 위주의 대출로 가계부채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핀테크 활용이나 인터넷 은행 등의 방안이 제시됐지만 근본적인 금융 혁신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서 “2단계 금융 혁신방안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최 부총리는 “지난 30년간 수도권이 규제의 덫에 갇혀 있는 동안 기업들이 지방보다는 해외로 많이 나가더라”면서 “지역균형발전 테두리 안에서 수도권 규제의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