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임원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보수공개 회피를 위해 등기임원에서 사퇴했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 재벌총수들의 연봉도 공개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지난 13일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등기임원이 아니라도 보수총액 기준으로 상위 5명에 해당하면 개인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임원보수 공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2013년 법 개정으로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들의 개별보수가 지난해 처음 공개됐지만, 보수공개 대상이 등기임원으로 한정돼 법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삼성가의 세 자녀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은 미등기임원으로 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정용진 부회장 등은 등기임원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일부 재벌 총수일가가 고액연봉을 받고 최고경영자 인사권 등 적잖은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임원직에서 사퇴해, 경영실패나 불법행위가 발생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셈이다.
김 의원은 “미국의 경우 시가총액 7억 달러 이상인 상장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전원과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액 연봉자 3인의 보수공개가 의무화돼 있고, 일본도 보수총액이 1억엔을 넘으면 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를 공개토록 돼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벌총수의 회사경영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김기준 의원을 비롯해 같은당 전순옥, 이학영, 이상직, 최민희, 임수경, 이개호, 원혜영, 김승남, 정성호, 김광진, 김현미, 박민수 의원 등 13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