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류 제품의 가격 인하를 추진키로 해 관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발언에서 시작된 인위적인 가격 압박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LPG업계 관계자들과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석유·LPG제품 가격 인하 방안을 논의하고자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 직후에는 국제 유가 하락분이 국내 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발표하고 유가 모니터링 활동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석유업계는 최경환 부총리의 7일 발언 직후 소집된 간담회에 속내가 불편하다. 유류세는 건들지도 않은 채 지난 2011년때처럼 제품 가격인하 화살을 정유업계로 돌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환율을 감안한 국제 휘발유 가격은 ℓ당 455.2원으로 연초(1월 첫째 주)보다 327.5원 내렸다.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가격은 877.1원에서 541.4원으로 335.8원 줄어 국제 유가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그러나 유류세가 반영된 주유소 판매가는 작년 1월 셋째 주 1887.6원에서 12월 다섯째 주 1594.9원으로 292.7원 내리는데 그쳤다. 세율이 고정된 탓에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월 49%에서 12월 말 56%까지 치솟았다. 유가 하락을 일반인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유업계의 반발은 여기서 시작된다. 국제 유가 급락에 대규모 재고손실이 발생해 안 그래도 위기 상황인데, 여기에 세수가 부족한 정부는 지원은커녕 정유업계를 때릴 구실만 찾고 있다는 것.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2011년과 마찬가지로 유류세라는 기본 줄기는 건드리지도 않고 산업 현장에만 손실을 강요하고 있다”며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정부정책에 경영난이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