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과 달러 강세라는 ‘이중고’ 속에서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이른바 취약 5개국(F5)과 러시아의 총 외환보유고가 지난해 하반기에 6% 감소했다고 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 혼란에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한 2008년 하반기(17%)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F5와 러시아의 총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말 기준 1조3649억 달러(약 1497조원)로, 하반기 감소폭이 928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18%로 가장 감소폭이 컸던 러시아는 반년 만에 897억 달러가 증발했다. 터키가 5% 감소하고 브라질도 소폭 줄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환보유고는 대외 채무 상환에 대비하는 역할은 물론 각국 금융당국이 자국 통화의 급격한 변동을 줄이고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때 재원이 된다.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공표하지 않는 국가가 많지만 외환보유고가 줄었다는 것은 자국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해 외환을 팔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해외자본이 달러자산으로 다시 움직였다. 또 유가가 반년새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50달러 선까지 급락하면서 산유국인 러시아 등에서의 자본유출이 본격화했다.
러시아 루블과 터키 리라 가치는 지난해 12월 달러 대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헤알과 남아공 랜드는 각각 6년래 최저치를,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16년래 최저치를 찍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입은 지난달 18개월 만에 유출 초과로 돌아섰다.
과거 외환위기를 경험한 신흥국들이 꾸준히 외환보유고를 늘려 러시아와 취약 5개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10년간 약 세 배 늘었다. 이에 외환보유고가 바닥 나 러시아 등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는 아직까지는 적은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올해도 신흥국 통화 불안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연준이 올해 중반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달러 강세ㆍ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