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을 5조 회사로 키워내겠다던 서진우<사진> 사장의 행보가 본격화됐다. SK플래닛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해외진출에 드디어 가시적인 첫 성과를 낸 것이다.
SK플래닛의 미국 법인인 프랭클리는 5일(현지시간) 세계 7위 주식시장인 토론토증권거래소(TSX) 산하 토론토 벤처거래소에 상장했다. 프랭클리는 읽으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신저 앱 ‘프랭클리’로 주목받고 있다.
프랭클리의 전신은 틱톡플래닛으로, 서 사장이 해외 020 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해 2012년 출범시킨 미국 법인이다. 당시 틱톡플래닛은 ‘틱톡플러스’라는 메신저를 내놓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러던 중 서 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를 하던 스티브 정 프랭클리 대표를 만났다. 서 사장은 SK플래닛의 메신저 운용 노하우를 전수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조언을 해 주며 프랭클리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이 둘의 합작은 성공적이었다. 200만이 넘는 가입자를 모은 데 이어, 스탠퍼드대학과 현지 투자사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서 사장은 지난해 말 캐나다 시장에 상장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들에 앱인 프랭클리를 각인시키기 위해 법인명을 아예 프랭클리로 바꿨다. 서 사장은 이를 시작으로 해외 020 커머스 시장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서 사장은 지난해 비콘 020 서비스 업체인 ‘샵킥’(SHOPKICK)을 전격 인수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비콘 020 서비스 ‘시럽’의 기술력에다 ‘OK캐시백’으로 대변되는 마일리지 서비스까지 얹혀 모바일 020 플랫폼으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용한 메신저를 포함하는 것이 필수인데, 프랭클리가 이에 선봉적 역할을 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게 서 대표의 복안이다.
다만, 일단은 샵킥과 프랭클리는 사업을 따로 키워 나간다는 방침이다. 프랭클리의 우선 목표는 NBA, MLB 등이 팬을 위해 만든 모바일 서비스에 메신저를 얹히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양 대표가 일궈낸 프랭클리의 캐나다 상장은 실리콘밸리와 캐나다 벤처거래소 모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거래소는 기술이 있는 기업과 투자사 및 투자자를 이어주는 데 아주 특화돼 있는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자원개발 관련 벤처가 많았다. 그런데 프랭클리가 이곳에 상장하게 되면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초기 벤처들에 새로운 자금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벤처거래소 역시 ICT 벤처가 상장되는 것은 드문 만큼 캐나다 투자자들의 벤처기업 투자 역시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낳고 있다.
한편 5일부터 거래된 프랭클리의 1주당 가격은 3.05캐나다달러, 상장 기업 가치는 5800만 달러(약 64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거래되는 주식 수는 전체의 약 40%다. SK플래닛의 계열사가 해외 시장에 상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