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10년 숙원인 교보은행의 꿈을 또 다시 피력했습니다. 신 회장이 5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은행 인수 꿈을 접은 것은 아니고, 유보된 것일 뿐"이라며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재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연말 우리은행 입찰 참여를 포기했지만 향후 매물로 나오는 은행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로선 우리은행이 유일한 매물입니다. 올해 또 다시 추진되는 우리은행 매각에 교보생명에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기에 충분한 발언입니다.
신 회장은 이날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가격과 우리은행의 상황을 들여다 본 다음에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우리은행 입찰 포기 사유로 해외 공동투자자 및 컨설팅사와 논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하면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았다는 얘긴데요. 보험업법상 출자한도에 걸려 교보생명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1조원 가량입니다. 나머지 2조원 가량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신 회장 입장에선 인수 자금 조달이 최대 과제인 것은 당연한 논리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신 회장의 이같은 입장을 부정하는 듯 보입니다. 우선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를 추진하겠다던 신 회장의 말은 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입찰을 앞두고 참여와 유보를 놓고 고민하더니 입찰 당일 결국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일각에선 교보생명과의 협상은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의문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신 회장의 책임만으로 돌리기에는 억지가 있지만 과거 교보생명은 이와 비슷한 전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우리금융 민영화 당시에도 중간에 발을 뺐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교보생명 주식을 KB금융 신주와 맞교환하는 형태의 지분 스와프 딜을 추진했다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시쳇말로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이 나올법 합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신 회장은 "우리는 한번 인수 하면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 아니고 끝까지 가져간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번 인수를 할 때는 아주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의학도 출신답게 꼼꼼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개인적인 성향이 묻어납니다.
그러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몇 차례 중도 인수 포기가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은행 인수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