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의 합병기일이 내년 3월로 연기된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와 의견을 달리한 일부 직원들이 ‘제2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 내부 분열이 표면화된 셈이다.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대화기구 발족 합의 무산 가능성 속에서 ‘노노(勞勞) 갈등’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외환은행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당 직원들이 김근용 노조위원장의 해임결의안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복수노조는 흔히 기존 노조가 분열될 때 나타난다. 노조 탈퇴자들과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직원들이 기존 노조에 대항하기 위해 별도의 노조를 결성하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내부의 불협화음은 지난 9월 있었던 조기통합 찬반투표 총회 이후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사측이 총회 참석자 898명에 대한 대규모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하자 외환은행 인트라넷인 ‘장미전자사무실’에는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게시물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김 노조위원장의 해임결의안까지 상정했다. 조기 통합을 두고 조합원 간 의견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복수노조가 설립돼 일정 인원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면 2노조는 사측과 협상권을 갖게 된다. 기존 노조가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친기업적 성향’을 띨 것으로 예상되는 2노조가 협상 테이블 앉게 된다면 조기 통합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2노조 설립은 가입을 희망하는 조합원이 많지 않아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노조 가입을 희망하는 조합원이 많지 않아 복수노조 설립 논의가 본격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2노조가 설립돼 ‘노노 갈등’이 심화된다면 오히려 조기 통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복수노조 설립은 하나금융지주의 ‘노조 흔들기’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측이 일부 직원들을 종용해 노조 내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조기 통합이 연기된 상황에서 노조를 건드리는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