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판하는 대자보 바람이 불고 있다.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라는 제목의 날 선 대자보에 이어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F학점’에 비유한 대자보까지 등장했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중앙도서관과 노천 경기장 인근에는 최근 ‘최경환 학생, 답안지 받아가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여느 대자보와 달리 작성자 최경환 부총리, ‘오늘날 한국 경제위기의 해결 방법을 쓰시오’라는 시험문제가 부제였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답안으로 제시하는 방식의 이 문제의 점수는 ‘F학점’이었다. ‘답안’으로 시작하는 정부 경제 정책에 모두 감점을 부여하며 큼지막하게 낙제를 뜻하는 “F”를 써 놓은 것이다.
대자보를 보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말하며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대책은 빚져서 빚 갚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두고는 “고용이 경직돼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생활임금도 보장받지 못해 우리는 쓸 돈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제는 노동유연화라는 칼날로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청년, 여성노동자를 베어버리고 정규직마저 베려고 한다”며 “600만명의 ‘장그래’가 칼날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책에 대한 대학생들의 대자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지에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라는 제목으로 학비 문제, 취업난, 청년 자살 문제 등을 거론하는 대자보가 붙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같은 대학생들의 비판 대자보는 높은 등록금과 극심한 취업난, 비정규직 증가 등 답답한 현실에 대한 불만과 고민을 표현으로 분석된다. 대자보를 작성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12학번 최휘엽씨는 “정부가 내놓는 경제 활성화 대책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보다는 부실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에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전날 송년 인사차 기재부 기자실을 찾은 최 부총리는 최근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최경환 노믹스’를 비판한 데 대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표현한 것으로 젊은이들과 대화할 기회를 갖고 인식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