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남몰래 키워 온 새싹

입력 2014-12-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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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

연말이다. 습관처럼 모두 한 해를 돌아본다. 한국 뮤지컬시장의 올 한해는 어땠는지 결산하는 언론사들의 질문도 많다.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침체와 위기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올 한해 세월호와 함께 한국 뮤지컬도 침몰 위기에 처했다. 공연이 중단되고 메이저 제작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성수기인 연말에도 예년에 비해 빅 이슈가 될 만한 뮤지컬이 주춤한 실정이다. 뮤지컬 종사자들은 무겁게 2015년의 생존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 위기 상황에서도 몽상하듯 희망을 발견해 본다. 생로병사의 자연 순환 원리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 올해 젊은 뮤지컬 창작자들의 신작 발굴을 위한 창작 지원 프로그램은 늘었기 때문이다.

2007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뮤지컬 창작 신작에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이래 문화관광체육부가 ‘창작팩토리’를 통해 창작뮤지컬 신작 발굴 지원을 개발했고 민간 기업의 CJ문화재단이 ‘CJ 크리에이티브’란 이름으로 뮤지컬 분야 신인 창작자들을 인큐베이팅하는 프로그램으로까지 지원 프로그램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3년 전 서울 중구문화재단과 한국뮤지컬협회가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목표로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을 만들면서 ‘예그린 앙코르’로 기존의 지원 프로그램을 종합하는 모양새로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추가했고 지난해부터 신인 창작 뮤지컬을 기성 공연으로 연결하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는 올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또 최근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네이버문화재단과 함께 ‘2014 콘텐츠 청년 창작 지원 사업 (창작열전)’을 펼치면서 뮤지컬 분야도 포함했는데 최근 주목받는 신인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들이 대거 지원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는 신인 창작자들이 작품을 개발하고 무대화하도록 제작 환경을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6개나 된다.

2년 전 한국 창작 뮤지컬 활성화를 위한 한 세미나의 좌장을 맡았을 때 발제자로 참석한 이나오 뮤지컬 신인 작곡가가 한국은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천국 같은 창작 환경을 지녔음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각인되어 있는데 청소년기부터 여러 나라에서 해외 유학 생활을 해 온 창작자의 발언이라 시사하는 바가 더 컸다. 그렇다. 순수예술이라기보다는 문화산업으로 성장해 온 뮤지컬산업은 그 태생적 성격상 세계적으로도 지원 제도는 드물고 투자가 익숙한 비즈니스 분야이다.

게다가 최근에 한국 뮤지컬산업이 경쟁력 있는 차세대 콘텐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고 실제로 타 분야보다 상대적인 성장세를 보여서 인접 분야 창작 인재들이 뮤지컬 창작에 뛰어드는 빈도도 늘고 있어 신인들의 활약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침몰 위기에 있는 한국뮤지컬의 탈출구는 창작뮤지컬로 해외로까지 시장을 넓히는 것,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일한 생존책이다. 그래서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신인 창작자들이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길인 것이다.

곪은 상처는 터트려야만 새살이 돋는다. 올 한해 한국뮤지컬의 지각 변동은 그동안 견뎌 오던 오랜 염증을 스스로 터트리는 아픈 자정 작용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처 난 몸 일부에서는 신인 창작자들이 수혈하는 새살이 돋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동안 짧은 기간에 기적 같은 성장을 이루려 망신창이가 된 한국 뮤지컬에 2015년에는 희망을 꿈꾸자고 다독이고 싶다.

2015년은 한국 뮤지컬의 세대교체 원년이 될 것이다. 그동안 남몰래 키워 온 새싹들이 새로운 창작뮤지컬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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