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한 해 한국영화 관객 1억명 달성의 1등 공신은 ‘명량’(최종 관객 수 1731만)이었지만 연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선전한 다큐멘터리 영화‘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기록이다.
76년간 이어온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28일 현재 355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다양성 영화의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293만명으로 역대 한국 다양성 영화 1위였던 ‘워낭소리’(2009)의 기록을 5년 만에 갈아치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등 할리우드 대작과 이정재 주연의 ‘빅매치’ 등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한 신작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4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흥행을 주도한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의 경우처럼 2014년 다양성 영화는 한 단계 진보했다. 1월 소규모 개봉 영화로 10만 관객을 돌파한 ‘인사이드 르윈’을 시작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 ‘신이 보낸 사람’(42만), ‘그녀’(35만) 등 “10만명도 넘기 힘들다”는 다양성 영화계 속설을 깨는 작품이 올들어 잇따라 나타났다.
총 22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한공주’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주연 배우 천우희는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차세대 스타 여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다양성 영화의 10만이 일반 상업 영화 100만과 동일시되는 영화계에서 올해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거대 자본 속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은 다양성 영화 시장에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양성 영화의 향후 전망에 대해 “경제적 효과를 입증했고, 시장을 확보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경제성 확보로 인해 영화 제작에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영화계 다양성을 통해 관객에게 질 높은 영화의 제공과 건강한 경쟁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순제작비는 1억2000만원으로 277억4300만원에 달하는 누적 매출액을 올려 수익률 대박을 터트렸다. 수익은 고스란히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에 흘러들어가 다양성 영화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다양성 영화의 흥행은 대형배급사를 기점으로 한 홍보 활동이 주축이 된 것이 아니라 오롯이 관객의 평가와 입소문으로 이뤄지며 투자 열기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 확률이 크다.
이우택 영화평론가는 “다양성 영화의 흥행은 한국영화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영화계에 비해 천편일률적인 대작들의 향연이 유독 강했고, 대형 배급사를 위주로 한 극장가 잠식이 우려됐던 상황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은 관객이 주도한 혁명으로 볼 수 있다. 관객의 개성이 강해진 상황에서 공격적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