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0일 타결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역차별적인 내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가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 대성쎌틱, 대우가스, 롯데기공 등 보일러업체 6개사와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원 등은 이달 초 정부와 FTA 대책회의를 갖고, 보일러업계의 FTA 피해산업 지정을 요청했다. 역차별적으로 FTA 협상을 타결했으니, 정부 차원에서 국내 보일러산업을 보호해줄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이들 업체는 보일러ㆍ온수기의 수입 관세는 즉시 철폐되는 반면, 수출 관세는 10~20년간 단계적 철폐로 결정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
실제 한ㆍ중 FTA 타결에 따라 중국에서 수입되는 보일러 품목의 관세는 기존 8%가 즉시 철폐돼 중국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기존 10% 수준이었던 수출 관세의 경우, 보일러는 10년, 온수기는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보일러업계가 한ㆍ중 FTA의 역차별을 지적하는 이유다.
국내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수입 관세가 즉시 철폐되니 수출 관세도 당연히 똑같을 줄 알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역차별 수준이었다”며 “200여개 중국 브랜드의 저가 제품 공세로 국내 보일러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에 보일러업계는 정부와의 FTA 대책 회의에서 해양수산, 농업 부문과 같이 보일러를 피해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회의장에서 고성을 냈을 정도로 업계의 위기의식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김정회 기계로봇과장은 “보일러 피해산업 지정 등에 대해선 지속적인 대책반 회의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일러업계 외에 섬유와 철강업계도 한ㆍ중 FTA 타결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낀 상태여서 정부에 대책마련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소재ㆍ부품업종의 한ㆍ중 FTA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업종ㆍ품목별로 FTA 대책반 회의를 최근 시작한 만큼, 향후 관련 업계의 피해산업 지정 요구도 잇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