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철강 외에도 국내 제조업계에서 한·중 FTA가 실효성 없는 것 아니냐는 실망감이 나오고 있다. 5년 내 관세 철폐 품목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양국의 주력 제품이 양허 품목에서 제외돼 FTA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중국 무역에서 실질 관세율(단순 평균)로 보면 한국은 전체 평균 4.6%(전체 산업 기준), 중국은 8.6%로 FTA 효과는 한국이 더 큰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중 FTA에서 상호 간 영향과 거래규모가 큰 품목에 대해 양허 제외 또는 15~20년의 기간을 두고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어서 FTA 수혜 업종은 소수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 중국은 PX, TPA, 굴삭기 등을 양허 품목에서 제외했고, 중국은 선박엔진, 축전지, 생활용품 등을 부분 감축으로 제한한 것도 FTA 효과를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대표적 대중국 수출 품목인 전기기기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자동차 등은 대부분 이미 무관세이거나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아 수출입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예측됐다. 또 조선은 사실상 관세율이 ‘0’이고 정유는 대중국 의존도가 낮으며, 석유화학은 중국 자급률 상승과 원산지 규정 등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과 해운은 운송산업으로 수출입 재화가 없으며 관세율이 ‘0’이고 건설업은 가격경쟁력과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아 FTA 타결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 타이어와 섬유, 철강, 의류의 경우 관세 철폐로 저가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FTA 타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꼽혔다.
반면 이번 FTA 타결로 화장품과 음식료, 소매유통 등 일부 서비스 관련 산업은 가격경쟁력 확보와 마진율 제고 효과로 수익성 증대가 기대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또 중국 관광객 증가 등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허문종 연구원은 “한·중 FTA가 실제로 발효되는 시점에서의 한·중간 기술격차는 현재보다 더욱 좁혀져 있을 것이며, 제조업 및 GDP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