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릴 밑그림, 총수가 그린다… 가석방 ‘골든타임’ 놓치면 안돼

입력 2014-12-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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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김승연 회장이 수감되어 있었다면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과연 성사됐을까요? 누가 보더라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최근 만난 재계 고위 인사가 한 말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지난 십여년간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섰다면, 이제 중국의 추격, 미국과 일본의 견제에 맞서 새로운 체질 개선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하려는 말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한 해 성과에 목숨을 거는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결정을 단행할 수 있는 그룹의 총수들이라는 것.

기업인 가석방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예전과 달리 여야 정치권은 물론, 황교안 법무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정부가 군불을 제대로 지피고 있어 주목된다.

30대 그룹 가운데 형량이 확정됐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오너는 현재 12명이다. 이 가운데 형이 확정된 수감 기업인은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오너가 형제의 동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SK는 굵직한 인수ㆍ합병(M&A) 계획이 모두 백지화됐고, 투자는 물론 영업 실적이 쪼그라드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4년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회장의 수감 생활이 2년을 넘어가고 있는 만큼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도 충족한다. 3년6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역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2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형기가 확정되지 않아 가석방 이슈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이번 기회에 대기업 총수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바로잡히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 후 오히려 건강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과 마찬가지로 현재 사법부에 오너의 명운이 걸린 효성그룹, 웅진그룹, 동양그룹, 태광그룹 등도 이번 기업인 가석방 추진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인 가석방이 ‘특별사면’으로 비쳐지면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가석방과 특별사면은 엄연히 다르다. 특별사면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개인의 고유 권한이지만 가석방은 형법에 근거한 법무부의 행정처분이다. 특별사면은 형을 면제한다. 반면 가석방은 모범 수형자에 대해 형기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조건부로 풀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업인이 위축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고용에 나서야만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과거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로 똑같은 오류를 오늘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원칙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원칙을 잊은 ‘유전중죄(有錢重罪)’에 매몰된다면 사회는 언제까지 미성숙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제 과감한 결단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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