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팬택이 23년 만에 무너졌다. 올 한해 ICT 업계와 재계의 가장 큰 충격이라 할 수 있다.
국내 3위의 스마트폰 업체인 팬택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세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영업부진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1년 12월 1차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베가 시크릿 노트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반전은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파죽지세와 애플의 마나아층 사이에서 자신만의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한 팬택은 끝내 올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이 빠진 자리는 중국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3분기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는 30.3%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합계(30.1%)보다 높았다.
현재 팬택은 매각도 회생도 하지 못하고 실적 악화만 이어나가고 있다. 1차 공개 매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팬택은 공개 매각이 아닌 1:1 비공개 매각을 2차로 진행하고 있지만, 인수의향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올해까지 인수의향자가 없으면, 팬택은 내년 초 또다시 매각과 청산의 갈림길에서 법원의 시험을 받게 된다.
팬택은 일단 매각을 최대한 진행해 실탄부터 채운다는 입장이다. 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늘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진출을 꾀해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해외진출에 성공하면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술로 고객층을 넓혀 나갈 길도 생긴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