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통해 손연재를 읽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12-2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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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왼쪽)와 손연재는 미녀 스포츠 스타라는 것 외에도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그 중 하나가 불모지에서 한국 스포츠사를 새롭게 썼다는 점이다. (뉴시스)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 어느 해보다 여풍(女風) 당당했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빙속 여제’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올림픽 2연패에 열광했고,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은퇴 후에도 TV CF와 각종 자선활동을 통해 건재함을 입증했다. ‘골프 여제’ 박인비(26ㆍKB금융그룹)와 ‘스포츠클라이밍 여제’ 김자인(26)은 각각 세계랭킹 1위를 지켰고, ‘체조요정’ 손연재(20ㆍ연세대)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야말로 여성 스포츠 스타 전성시대다. 하지만 이 같은 여풍에도 차가운 이면을 감출 수 없는 두 스타도 있었다. 김연아와 손연재다. 미녀 스포츠 스타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은 닮은 점이 참으로 많다. 불모지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한국 스포츠사를 새롭게 썼다는 점이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고, 올해 2월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덕분에 한국은 피겨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꿈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피겨는 김연아의 은퇴와 동시에 또 다시 피겨 불모지라는 차디찬 바닥에 내려앉았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올해 2월 끝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뉴시스)

손연재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무대에 올라 5위를 차지했고, 올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냈다. 김연아 만큼은 아니지만 세계 정상을 향해 야무지게 성장해가는 손연재의 모습에선 실패란 없어 보인다. 이제 세계 정상만 남았다. 그 마지막 무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세계 정상은 상상할 수 없던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에서 유일무이한 기록을 남긴 김연아와 손연재는 한국 스포츠사에 과분한 한줄 역사를 남겼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같이 않은 이유는 한국 체육계 오랜 관행이 되어버린 엘리트스포츠와 열악한 인프라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현역 시절 이역만리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떠나 상당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피겨 전용 빙상장은커녕 제대로 된 국가대표 훈련장도 없는 열악할 국내 환경 탓이다. 김연아의 상품성이 알려지면서 각종 기업 후원과 CF가 쏟아졌지만 정작 국내 피겨스케이팅에 투자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손연재는 2012 런던올림픽 5위에 이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인 첫 리듬체조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제 남은 건 세계 정상뿐이다. (뉴시스)

손연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훈련 환경도 선수 인프라도 부족한 국내보다 러시아에서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지금의 손연재는 톱스타도 부럽지 않은 CF스타가 됐지만 한국 리듬체조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과제다.

김연아를 떠나보낸 한국 피겨는 아직도 ‘김연아 앓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리듬체조는 손연재만 바라보며 2018 리우데자네이루의 달콤한 상상을 이어가고 있다. 마치 김연아가 걸어온 애증의 18년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김연아가 세계무대를 호령해온 지난 10년간 한국 피겨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진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그 속에서 곧 찾아올 손연재의 은퇴 후 한국 리듬체조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손연재에게 남은 2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가 걸린 골든타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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