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앞으로 보낸 친서에서 “우리는 선대수뇌 분들의 통일의지와 필생의 위업을 받들어 민족 통일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은 김대중평화센터를 통해 24일 전달한 친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께서는 생전에 (이희호) 녀사(여사)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족과 통일을 위한 길에 모든 것을 다 바쳐온 데 대해 자주 회고하셨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희호 여사가 김정일 사망 3주기에 조화를 보낸 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에 대한 고결한 의리의 표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해(내년에) 좋은 계절에 녀사께서 꼭 평양을 방문하여 휴식도 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되시기를 기대한다"면서 "추운 겨울 날씨에 각별히 건강에 류의(유의)하시기를 바란다”고 친서를 맺었다.
김 제1위원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도 별도의 친서를 보내 김정일 사망 3주기에 조의를 표한 데 대해 감사한다며 “현정은 회장 선생의 사업에서 언제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현정은) 회장 선생이 평양을 방문하면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한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과 현정은 회장은 이날 북측 요청으로 개성공단을 방문,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로부터 지난 18일에 작성된 김 제1위원장의 친서를 각각 전달받았다.
김 제1위원장이 문서 형식으로 남측에 친서를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방북 후 기자들에게 “김양건 비서가 ‘내년이 6·15 15주년인데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김 비서는 금강산 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현정은 회장도 기자들에게 “김양건 비서는 금강산 관광 문제 등이 새해에는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덕담 수준의 얘기였다”고 했다.
현 회장은 내년 평양 방문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화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김양건 비서가 제안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날짜나 이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현대그룹도 이날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현 회장이) 김양건 비서와 새해 인사를 미리 나누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좋은 결실을 맺어 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남북경협사업 또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모든 남북 현안을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북측이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당국간 회담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대중 평화센터와 현정은 회장의 이번 방북은 박지원 의원 등과 현대아산 관계자들이 김정일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각각 개성을 방문해 조화를 전달한 것에 대해 북측이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싶다고 희망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