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IT커뮤니티에 올라온 ‘이게 삼성 갤럭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글을 쓴 조모(20)씨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 등 주력 스마트폰에 재생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자신을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작업장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
조씨의 글에 댓글이 많게는 10만개가 달리며 루머가 삽시간에 확산되자 삼성전자는 공식 블로그 ‘삼성투모로우’를 통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재생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사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면 반박했다.
진실공방 몇일 만에 조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지난 23일 삼성전자가 중고 액정으로 휴대전화를 제조, 판매한다는 거짓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조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조씨가 회사의 명예훼손과 막대한 재산상 손실 발생을 끼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신분증을 조작해 자신을 삼성 직원이라고 속였으며,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은 그가 삼성전자의 1차 하청업체에서 3주 가량 근무하면서 연출해 찍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미끼로 삼성전자에 취업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전자의 단호한 대응은 흔치않은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기업들은 소비자의 입소문과 기업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대부분 블랙컨슈머 문제를 덮어왔다. 특히 스마트폰, 노트북, 가전제품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많이 하는 업계의 특성상 전자업계는 악성컨슈머의 단골 타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정도를 넘어선 과잉보상 요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기업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멀쩡한 제품에 이상이 있거나 수리를 맡긴 제품에 저장된 자료가 사라졌다고 난동을 부리는 등 206차례에 거쳐 삼성전자를 상대로 2억2000여만원을 뜯어낸 이모씨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에는 고의로 전압을 가해 연소시킨 LG전자 스마트폰이 갑자기 폭발했다고 거짓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회사원 김모씨가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300대 기업 중 소비자의 악성 불평 및 행동을 경험한 기업의 비율은 2007년 39.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2011년 314개 기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 비율은 83.4%로 크게 늘었다. 과거와 달리 블랙컨슈머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확산이 빨라졌고,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과 유형도 점점 다양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악의적인 억지 주장이 명확한 경우 적극적으로 고소 및 고발에 나서는 쪽으로 대응 방식을 바꾸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