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스마트폰 카메라는 후면 카메라 고화소 경쟁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셀프카메라를 즐기는 이른바 ‘셀피족’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스마트폰 업체들은 전면 카메라 고화소 경쟁에 돌입했다.
전면 카메라 고화소 시대의 문을 연 건 중국 현지 업체들이다. 샤오미는 올해 8월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플래그십 모델 ‘Mi4’를 출시했다. 샤오미의 ‘Mi 시리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대등한 하드웨어 사양에도 경쟁력있는 가격을 책정해 중국 내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얻은 제품으로, 특히 800만 화소에 달하는 전면 카메라가 주목을 받았다.
중국 현지 스마트폰 업체들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전면 카메라 고화소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화웨이가 ‘어센드P6’에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이후 레노버, ZTE 등 중국 현지업체들은 앞다퉈 전면 카메라 업그레이드에 동참했다. 이 추세는 점차 가속화돼 1년이 지난 현재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 주류 제품으로 안착했다.
내년 삼성전자와 애플도 전면 카메라 고화소 추세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에는 각각 800만 화소, 2000만 화소의 전·후면 카메라 탑재가 점쳐진다. 특히 전면 카메라의 비약적 업그레이드(갤럭시S5 200만 화소→갤럭시S6 800만 화소)가 유력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국 시장에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A’ 시리즈를 출시하며 전면 카메라 고화소화 경쟁을 예고했다.
‘갤럭시S’ 시리즈는 후면 카메라 부분에서 항상 최고 사양을 탑재하며 글로벌 표준을 만들었던 반면 전면 카메라의 기술 주도에는 다소 소홀했다. 실제로 2011년 출시한 ‘갤럭시S2’부터 올해 초 나온 ‘갤럭시S5’까지 모두 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가 적용됐다.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은 2011년 출시한 ‘아이폰4S’부터 올해 새롭게 내놓은 ‘아이폰6, 6플러스’까지 4년간 각각 120만 화소, 800만 화소의 전·후면 카메라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소비처로 떠오른 중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중국 현지 업체와 견줄 수 있는 높은 화소의 전면 카메라 탑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셀프 촬영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만큼 삼성전자와 애플은 중국 현지 업체의 스마트폰과 경쟁할 만한 하드웨어 사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양사의 시장 지배력이 예전만 못한 점도 고화소 전면 카메라 탑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10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약 10%를 차지했던 중국은 올해 그 비중이 3배 이상 증가한 37%, 내년에는 4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0년 7%에 그쳤던 중국 현지 업체 5곳(화웨이·레노버·ZTE·샤오미·유롱)의 점유율은 올 1분기 44%까지 확대됐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2011년 이후 각각 10% 후반, 10% 안팎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내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500만 화소 이상 전면 카메라를 탑재하고,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중국 현지업체 제품 품질이 이미 글로벌 업체 수준까지 올라왔고 가격경쟁력 또한 월등한 만큼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가격 대비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