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곧 착한 사람을 맞을 때는 마땅히 관대해야 하고, 악한 사람을 맞을 때에는 마땅히 엄격해야 한다. 또 보통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는 관대함과 엄격함을 함께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만일 이 같은 교제술이 실패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불신이 생길 것이고,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특히,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의 경우 악한 사람을 맞을 때 엄하지 않고, 오히려 관대하게 맞는다면 훗날 돌이킬 수 없는 화(禍)의 중심에서 불명예 퇴임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가까운 일례로 국세청을 보자. 국세청은 올해 또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사건의 중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천영익 국세청 감찰과장이다.
천 과장은 코스닥 상장 K기업의 세무조사를 무마해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내사를 받은 후 지난 10월 전격 교체됐다. 천 과장은 63년생으로 세무대 1기 출신이다.
국세청 내에서는 젊고 유능할 뿐만 아니라 세무대 동문들에게는 그 상징성 또한 남달랐다. 하지만, 비위 혐의에 연루된 이상 더 이상 국세청과 인연을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대세다.
최근 검찰에 구속된 역삼세무서 오모 사무관도 예외는 아니다. 오 사무관은 지난 2012년 10월께 세무조사에 편의를 봐주는 명목으로 모뉴엘 박홍석 대표에게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사무관은 63년생으로, 지난 2008년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승진 연도를 감안할 때 불과 1~2년이면 서기관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검찰에 구속된 이상 더는 국가의 녹을 먹을 수 없게 됐다.
돌아보면 이들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엄격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무조사 편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 조직과 동문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말았다.
공직자의 기본은 청렴이다.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것을 뜻한다. 또한 청렴은 맑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힘이다. 반대로 보면 이는 공직자에게 청렴의식이 결여된다면 세상은 탐욕으로 물들고, 나아가서는 혼탁한 세상이 된다는 말과도 같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이들이 간혹 뜻하지 않은 비위 사건에 연루돼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누구인들 공직자의 기본이 청렴이라는 것을 모를 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는 것이 진정한 공직자의 길이 아닐까.
더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온 공직사회에서 불명예 퇴진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