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술에 투자해야 미래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자금 유출입이 활성화하고 있다. 구글 같은 ‘빅데이터 부자’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자산운용업을 할 수도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여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핀테크(Fintech)란 말도 생겼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라는 두 단어를 결합한 합성어다. 최근 신제윤 금융감독원장도 "우리 금융환경은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복합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고 있다"며 "핀테크라는 시대적 조류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은행들이 기술 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 원장도 최근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금리 시대가 계속될 것이고 전통적인 은행업으로선 큰 수익을 올리기는 커녕 생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면서 "IT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젠킨스 바클레이즈 CEO는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밝혔다. 다만 젠킨스 CEO는 당장의 은행 수익성 회복이 급하기 때문에 기술을 기반으로 투자수익율(ROI)을 높이겠다는 발상이긴 하다.
그는 "은행은 금융위기 이전 20여년간 성장의 시대를 보냈기 때문에 생산성이라든지 비용 절감 등에 초점을 둘 필요가 없었지만 위기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면서 "지금은 기술을 이용해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은행에 대단한 프리미엄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화질 동영상 컨퍼런스 기술을 도입해 한 해 5000만 파운드 이상이 쓰이는 출장 비용을 아끼는 것도 의도하는 것 중 하나. 바클레이즈는 올해 들어 대대적인 인력 감축과 지점 폐쇄 등을 통해 17억 파운드(한화 약 2911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젠킨스 CEO는 "유니버설 뱅킹(universal banking) 모델은 죽었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유니버설 뱅킹이란 은행과 증권, 보험, 투자은행(IB) 등을 겸업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지주회사가 이들 사업을 관할하는 형태로, 영국에선 은행이 전체를 거느리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리보 조작 파문으로 엉망이 된 회사를 다시 세우는 임무를 갖고 2년 전 부임했던 젠킨스 CEO는 초기만 해도 IB 분리 필요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하지만 IB 부문 손실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 바클레이즈 IB 부문 순이익은 지난 3분기 전년 동기대비 49% 급감했고 이는 바클레이즈 주가가 올들어 16% 이상 떨어진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FT는 여기에 소매금융 부문에서 오래 잔뼈가 굵었고 기술에 대한 선호가 높은 젠킨스 CEO의 배경도 한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전임자 로버트 다이아몬드는 투자은행가였다.
미국의 `볼커룰`처럼 영국에서는 소매금융 부문을 오는 2019년까지 전체에서 분리해 내는 `비커스룰`이 도입됐다. HSBC 등 다른 영국 은행들은 제도 도입을 미뤄줄 것을 요구하며 갈등하고 있으나 젠킨스 CEO는 반대 입장을 보인 것. 이 때문에 비용이 들 수는 있겠지만 그 구조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마도 골칫거리인 IB 분리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바클레이즈 IB 부문의 ROI는 4.9%로 그룹 전체 ROI 11%에 비해 현저히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