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하나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의견 조정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정년 60세와 노동시장 변화’ 조사 결과(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종업원 300인 이상 181개 기업 응답)에 따르면 근로자 대부분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기업은 59.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제도가 있어도 직원들의 정년을 끝까지 채워 일하게 하는 대기업은 10곳중 6곳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2016년 60세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면 75.7%의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임금체계 개편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대다수 대기업은 60세 정년 의무화가 신규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매우 부정적(32.6%), 또는 다소 부정적(39.8%)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며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은 26.0%에 불과했다.
문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청년층의 신규 채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2016년 2월 대학을 졸업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절벽’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 중 40%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데 2016년부터 모든 근로자가 정년까지 근무하게 되면 신입직원을 뽑을 자리가 없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년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이른바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예고되는 셈이다. 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도 노동시장 개혁 핵심 이슈인 만큼 벌써 논란도 크다. 정부가 내년 중 가스공사, 공항공사 등 81개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해 민간으로 확산시키기로 했다. 국민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청년들의 공공기관 취업기회를 늘리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당장 노조의 저항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 경제의 저성장 해법으로 내세운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성공하려면 노사정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이해당사자들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윤희숙 KDI 재정ㆍ복지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진 정책수단과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호된 일부 부문을 주로 대변하는 노사의 협상에 노동시장 개혁 전반의 의제설정을 일임할 경우 취약계층의 이해가 배제될 위험이 높은 만큼 방향성과 정부 추진안을 마련한 후 노사합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관계는 고용안정과 고생산성-고임금체제 구축의 핵심 요소”라면서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을 보강하고 상시 운영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공정노동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